마로 : 어떤 핀끝

별이 되어도


병윤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시절의 내 사진을 보며 곧잘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어디에 있었어?"
"너는 저 하늘 위의 별이었지."
그리곤, 어떻게 하늘 위의 별이 엄마에게로 왔냐고 물었다.
처음엔, 병윤이가 나를 골랐다고 말했었드랬다.
그랬더니, 녀석 의기양양해 진다. 그 모습에 웬지 골이 나서 다시 가설을 수정했다.
"아니아니, 내가 너를 고른거야. 저 위의 별 중에서"
그 뒤로 맘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왜 이런 엄마가 나를 골랐냐"
"왜 잘 까먹는 엄마가 나를 골랐냐"
라며 툴툴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급반전의 사건이 있었으니.

설 연휴 중 밥먹는 일로 곤란을 겪었다.
(녀석이 워낙 허약하고 자그마해서 우리 부부는 아이 밥먹이기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편이다)
아빠에게 호되게 혼나고 꾸역꾸역 밥을 입에 물고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여워, 아빠 몰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울던 울음 멈추라고 몸개그도 보여주었더니,
울다가 웃는 병윤이, 훌쩍이더니 내게 말한다.
"엄마, 다음에도 또 나를 골라야 해, 알았지?"
"그럼, 그럼 당연하지"
얼굴을 쓸어 내려 주었다.

그리고 한참 뒤 밥을 먹는데, 할아버지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그 할아버지들도 지금 다시 태어났지?"
"어, 그래그래 죽어서 다시 하늘의 별이 되어 어딘가에 태어났겠지"
"음..근데, 그럼 엄마는 나를 어떻게 다시 골라? 별은 다 똑같은 모양이 잖아"
"엄마는 너를 알아 볼 수 있어"
의아해 하며 묻는다.
"어떻게?"
나는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너니까."

사실상,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기 보다,
아이의 사랑을 내가 받는 것 같다.
나중에 별이 되어도 다시 나를 만나 주겠다니 말이다.
보드라운 살결을 또 쓰다듬어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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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ank4me 2010/02/20 08:04 PERM. MOD/DEL REPLY

    그대로 살아있는 동화 한 편 읽는 듯..^^

  2. 가을수수깡 2010/02/20 18:56 PERM. MOD/DEL REPLY

    <이런 엄마> <잘 까먹는 엄마>라 병윤이가 불만이더래도 이렇게 사랑받는 것 느끼게 해주는 엄마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듯....

  3. 경민맘 2010/03/01 20:18 PERM. MOD/DEL REPLY

    멋있다~~ 병윤이도 멋있고.. 너도 너무 멋진 엄마고..
    나도 이런 얘기 해봐야지~~

  4. 마로 2010/03/02 19:32 PERM. MOD/DEL REPLY

    경민이의 어록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제요..ㅋㅋ

  5. 주홍 2010/03/26 23:09 PERM. MOD/DEL REPLY

    정말,,, 선주 넘 멋진걸~~ 나도 얼른 연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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