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뉴스하나 이야기해 줄까?"
"응"
"어느 아저씨가 운전을 하는데, 고속도를 달리는데, 졸려서 운전을 잘 못했데"
"그래서?"
"그래서, 여섯살 짜리 어린이가 대신 운전해줘서 잘 갈 수 있었데"
"그래?"
"안믿지? 진짜야. 정말이라구"
어느 날, 똘똘이가 유치원에서 신기한 장난감을 만들어 왔드랬다.
다쓴 풀뚜껑과 병뚜껑, 필름통을 테이프로 이어붙여, '손전등'을 만들었노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는, 그 안에 진짜 '전구'를 넣어 불이 들어오게 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어릴 때 꼬마 전구를 건전지와 연결하였던 과학실험이 생각났다.
"풀뚜껑 속에 전구가 쏙 들어간다면~!!, 우리만의 손전등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행복해졌다.
나는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사이에 문방구로 달려가서 꼬마전구를 사고, 손전등의 현실화 작업을 단행했다...ㅋㅋㅋㅋㅋ
열심히 만들긴 했지만, 스위치 기능을 몰라서 불을 키기 위해서는 집게를 눌러 연결해야 한다.
내딴엔 너무나 멋진 아이디어 같아 짜잔 하고 내놓았지만, 연결하기 불편하다며 아이가 조금 투덜댔다.ㅋ
그렇지만, 자기만의 손전등이 완성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는 매일 밤 저 손전등을 켜놓는다.
저 불빛 아래, 내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잠에 든다.
하지만, 머니머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제 몸에 꼬옥 맞는 종이집이다.
유치원에서 나누어준 교육 자료 속에 나온 종이 상자 집을 보고는 부러워하길래,
큰 상자를 구해, 칼로 슥삭슥삭 잘라 만들어 줬다. 
이제는 아예 바구니 하나를 마련해서 병뚜껑, 과자상자, 부러진 집게를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아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나는 아이디어 현실화를 위한 제작을 담당한다. 뭐, 겨우 테이프를 붙여 주는 정도이지만 ㅋㅋ

3년 전쯤......아이에게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나중에 사줄게" 혹은 "그래, 사줄게", "먹고싶니? 사줄게" 라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 일이 있었다. 결국 '사고', '쓰고', '버리는', 소비자의 삶만 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직접 케익도 만들고, 떡도 만들고, 아이의 옷, 커텐을 직접 만드는 친구, 산에서 주워온 나뭇잎, 가지로 아이와 멋진 작품을 만드는 언니, 손으로 직접 그림도 그리며 작은 공방 만들기를 꿈꾸는 친구....이런 이들의 지혜를 모아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 쓰는 생활공방같은 것 하나 있음 참 좋겠다는 꿈을 꿔본다~ ^.^
병윤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시절의 내 사진을 보며 곧잘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어디에 있었어?"
"너는 저 하늘 위의 별이었지."
그리곤, 어떻게 하늘 위의 별이 엄마에게로 왔냐고 물었다.
처음엔, 병윤이가 나를 골랐다고 말했었드랬다.
그랬더니, 녀석 의기양양해 진다. 그 모습에 웬지 골이 나서 다시 가설을 수정했다.
"아니아니, 내가 너를 고른거야. 저 위의 별 중에서"
그 뒤로 맘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왜 이런 엄마가 나를 골랐냐"
"왜 잘 까먹는 엄마가 나를 골랐냐"
라며 툴툴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급반전의 사건이 있었으니.
설 연휴 중 밥먹는 일로 곤란을 겪었다.
(녀석이 워낙 허약하고 자그마해서 우리 부부는 아이 밥먹이기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편이다)
아빠에게 호되게 혼나고 꾸역꾸역 밥을 입에 물고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여워, 아빠 몰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울던 울음 멈추라고 몸개그도 보여주었더니,
울다가 웃는 병윤이, 훌쩍이더니 내게 말한다.
"엄마, 다음에도 또 나를 골라야 해, 알았지?"
"그럼, 그럼 당연하지"
얼굴을 쓸어 내려 주었다.
그리고 한참 뒤 밥을 먹는데, 할아버지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그 할아버지들도 지금 다시 태어났지?"
"어, 그래그래 죽어서 다시 하늘의 별이 되어 어딘가에 태어났겠지"
"음..근데, 그럼 엄마는 나를 어떻게 다시 골라? 별은 다 똑같은 모양이 잖아"
"엄마는 너를 알아 볼 수 있어"
의아해 하며 묻는다.
"어떻게?"
나는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너니까."
사실상,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기 보다,
아이의 사랑을 내가 받는 것 같다.
나중에 별이 되어도 다시 나를 만나 주겠다니 말이다.
보드라운 살결을 또 쓰다듬어 주고싶다.
안 좋은 일어 울상이 되어 훌쩍이고 있을 때.
아들이 살며시 다가와서 내 등을 토닥여 준다.
그리고, 내 앞에 와서 띠리리리 영구춤을 추며
"애기씨~"
한다.
아무래도 어디서 들은 '아가씨"를 저 나름대로
"애기씨"로 해석한듯.
"애기씨. 응애 응애. 애기씨, 코를 파서 코딱지를 꺼내서 지구에 바르세요. 행성이 지구를 폭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애기씨~"
피식 웃으니, 더 오바하며 엉덩이 춤을 추며 인상을 찌부러트리고 말한다.
"애기씨~"
내가 웃으니, 활짝이며 말한다.
"엄마, 살 것 같아?"
"응"
어린이를 위하여 옛이야기 한 자락 풀어 줄 수 있는 푸근한 사람이 되기 위하야 노력 중이다.ㅋㅋ
아직 무지 서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우쭐해 진다.
"우아..." 하거나, "아까 그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한거구나" 라며 이야기에 개입하여 들어올 때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푸핫핫.
울 병윤이에게도 밤마다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줘 볼까 시도한다.
씨니컬한 병윤이. 내가 조금이라도 애매한 표현을 쓰면 그 즉시 따져든다.
"옛날에, 산에서 나무를 베가지고 팔아 먹고 사는 사람이 있었어"
"으이그, 이 세상에 나무를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
아차차...ㅋㅋ 정확한 표현을 쓰지 않고 "먹고 산다"는 애매한 수사적 표현을 쓰니,
여섯살난 병윤이 어이없어 한다. 직유를 쓰기로 고쳐먹고,
"아니아니, 산에서 나무를 잘라다 시장에 팔아서 번 돈으로 말이지....."
라고 이야기를 다시 끌고 나갔다. 핫.
이렇게 실수가 많지만, 옛이야기를 알아 간다는 것이 즐겁다.
예전엔 옛이야기 이론서를 읽으며 그 세계를 알아 가려고 했는데,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이론을 알기 이전에, 즐겁고도 재밌는 이야기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이 더 먼저다.
좀 더 욕심을 내어, 옛이야기 속에서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좋은 이야기를 모아 내야지 하는 야심을 품어본다. 흐흐.
민중들의 입으로 전해지며 갈리고 닦인 이야기 속에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들이 들어있다.
옛이야기는 일종의 민중판타지란 생각이 든다. 좋다! 행복하고도 풍요롭다.
여튼. 이야기 한 자락을 사랑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이,
세상의 물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힘겹게 헤엄쳐 가는 우리들의 내면을 두툼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얼마 전 나의 지인이 한 말 처럼,
"우리가 동화를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다.
똘똘 : 엄마, 공룡시대엔 사람이 안 살았어?"
엄마 : 응. 그 때는 공룡들만 살았어.
똘똘 : 엄마, 공룡은 왜 다 죽은 거야?
엄마 : 빙하시대가 와서 공룡이 다 죽게 됐데..
똘똘 : 그럼 지금은 사람들만 다 .. 사는 거야?
엄마 : (뭐 대충) 응, 사람 시대지.
똘똘 : 공룡시대, 그 다음 사람시대..그럼 그 다듬은?
엄마 : 글쎄, 모르겠네
똘똘 : 그럼, 토끼시대?